특급호텔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 역활을 한다. 단순한 숙박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관광의 거점 역활은 물론, 고급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다.

 더 호텔은 제주공항에서 불과 5분거리이고, 제주시내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 제주도민은 물론, 육지부의 비지니스맨, 그리고 중국 관광객까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호텔이다. 80년대에 개관해서 20여년 됐지만 꾸준한 리모델링으로 여전히 많은 이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각종 워크샵, 세미나가 1년에 150여차례 열리고 있고, 이 인원만 해도 12,000여명이 된다. 국내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들의 예약으로 인해서 11월까지 모든 객실이 만실인 상태이다.

 더 호텔이 어수선하다. 호텔 로비에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고, 프론트 주변에도 특정 색깔의 옷을 입은 남자들이 버티고 서 있다. 커피숍, 비지니스룸까지 전부 들어차 있다. 한눈에 봐도 호텔 직원들은 아니었다. 8월17일부터 한달간 영업정지에 들어간 호텔 내 카지노 주변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더 호텔은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다. 주총을 통해서 합법적인 경영권을 획득한 신임 경영진과 구 경영진과의 내홍이다. 신, 구 경영진 모두 같은 건물 내에 상주하고 있다. 여기에 유치권을 통한 점유를 주장하는 채권자들의 호텔 내에서의 암묵시위도 한 몫하고 있다.

 직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임 경영진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임직원의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직원들은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양쪽 경영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태이니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다. 고객서비스, 전화응대등에서 직원들의 심리상태를 읽을수 있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고객을 감동시킬수 있는 '세심한'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도는 이미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자연과학 분야 3관왕에 올라있다.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그것이다. 제주도민 전체가 한마음으로 합심해서 이뤄놓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모든 노력은 제주관광을 위해서 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제주관광의 이미지를 크게 해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단순한 호텔 내부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하루에도 수백명 이상의 내ㆍ외국 관광객이 드나드는 특 1급호텔이다. 행정, 사법당국은 향후 발생할수도 있는 '사건'에만 촛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제주도 관광'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제주도민 전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