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영

                                북촌리의 봄

                                                                               박은영

한 여인의 젖을 아이가 빨고 있었다

말 못하는 어린 것의 울음이 서모(*서우봉)에서 부는 바람소리 같았다

핏덩이를 등에 업은 어미의 자장가가 들리는 듯한데

젖몸살을 앓던 아침, 붉은 비린내가 퉁퉁 불어 마을을 떠돌아다녔다 새들이 총소리를 물고 둥지로 날아갔다 소란스런 포란의 방향, 꽃을 내준 가지가 동쪽으로 기울었다

그것은 서쪽에서 해가 뜰 일

서모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말 못하는 어린 것의 울음 같았다

뚝뚝, 지는 목숨들 사이

아이는 나오지 않는 젖을 한사코 빨아대고 있었다

어미를 살려내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그 힘으로 동백꽃이 피고

젖 먹던 힘을 다해 봄이 오고 있었다

                                             당선자 프로필

성명: 박은영(여). 생년: 1977년. 출생지: 전남 함평(현재 경기도 부천시 거주). 학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경력
- 2011년 농어촌희망문학상 우수상
- 2010년 제2회 천강문학상 대상
- 기독교시모임《품시》동인

                                            수 상 소 감

그날, 할머니는 평상시처럼 안뒤의 가축들 먹이를 주고 무쇠솥에 밥을 지어놓았습니다. 옆집에서 얻은 옥돔 세 마리를 풍채 위에 가지런히 말려놓고 오름 밭으로 갔습니다. 주먹밥 두 덩이와 낡은 호미 한 자루를 들고 봄감자를 수확하러 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1948년 4월 3일의 일입니다.

아득히 세월이 흘러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건지, 마을이 전소되어 돌아올 수 없는 건지,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동백꽃 피는 계절에도 동굴 속 깊이 몸을 숨기고 있는 건지….

할머니,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오세요.

저는 이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할머니, 감자를 움켜쥔 손을 잡아드리고 싶은 겁니다. 당신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국걸음으로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리고 싶은 겁니다.

그런 새벽마다 가슴 통증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일어나 거울을 보면 가슴팍에 감자알만한 푸른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날의 자취를 캐내는 일은 한 문장, 한 문장 가슴을 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아픈 자리에서 푸른 싹이 나는 일이었습니다.

저를 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낮은 목소리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제주4.3사건 당시 죄 없이 희생하신 분들의 무덤 앞에, 오래 고개를 숙입니다.

두 눈을 감고,

동백꽃처럼 웃는 할머니를 상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