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열림 행사.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개통행사가 지난 5일 용머리해안 일대서 개최됐다.

이날은 다소 쌀쌀하면서 바람이 불던 날씨였지만 1000여 명의 제주도민, 관광객, 마을주민들이 참석해 제주의 새로운 관광상품인 '지질관광'의 본격적 탄생을 축하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된 행사에선 안덕면 난타동아리의 난타공연을 시작으로 길 열림 행사가 진행됐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양병식 서귀포시장, 양영근 제주관광공사 사장을 비롯해 강만생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트레일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인사와 주요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이번 행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양영근 사장은 "지질관광이 마을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지역밀착형 관광상품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며 "이러한 상품이 성공적이려면 지역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근민 제주도지사 또한 지질트레일 관광산업이 마을소득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강만생 위원장은 "수월봉 지질트레일이 단순한 해안지질 관광에 그쳤다면 이곳 지질트레일은 지질적 요소와 마을의 이야기가 함께 덧칠해진 역사문화 지질관광으로서의 차별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 용머리해안.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지난 2011년에 선보인 수월봉 지질트레일 개통에 이어 2번째로 알려지는 '지질관광' 상품이다. 수월봉 지질트레일이 이제야 갓 탄생한 지질관광 신생아였다면 이번 지질트레일은 성년이 되길 준비하는 혈기 왕성한 청년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웅장한 기개의 산방산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용머리해안에 형성된 지질적 절경은 80만년 동안 간직했던 그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거기에 각 코스마다 더해진 제주의 전설과 신화들이 녹아들면서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는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트레일 체험 행사엔 2000여 명이 참여했다.
A코스는 형제섬 해안도로를 따라 형성된 하모리층과 사람발자국 화석, 덕수리 돌담길과 불미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4.5㎞의 길이로 약 4시간이 걸린다.
B코스는 산방산에서 화순리 방향으로 펼쳐진 금모래 해변과, 화순곶자왈, 제주인의 옛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수로 및 소금막 등을 만나볼 수 있다. B코스 역시 비슷한 길이며, 도보로 4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코스 탐방 중 관광객들은 단산에 이르자 하나같이 찬사의 탄성을 내질렀다. 단산에 오르면 이제껏 걸어왔던 길과 산방산, 형제섬 해안도로, 송악산이 한 눈에 들어와 이곳 안덕면이 선사하는 절경에 자연스레 감탄하게 된다.

▲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답사 현장들.

제주관광공사는 이번 지질트레일 참가들을 위해 이곳 지질트레일에 대한 해설서를 발간해 제공했다. 지질자원에 대한 정보는 물론, 지역의 역사문화 이야기도 알기 쉽게 구성돼 있어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성공적인 지질트레일 개통행사를 위해 기관 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도 직접 나섰다.
사계리와 덕수리 마을부녀회 및 생활개선회에선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식품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유자차나 무말랭이 등은 현장에서 동이 날 정도로 금새 팔렸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지질관광 자원을 활용해 식품을 개발했던 '지오푸드' 먹거리도 선보였다. 용머리해안 카스테라와 사계리 하모리층 쿠키 등은 지질적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 신선했다.

무엇보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을주민들이 직접 해설사 역할로 나섰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번 개통 행사에 앞서 지난 몇 달 간 정기적인 지질문화교육을 받으며 관광객들에게 해설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준비를 해왔다.

▲ 용머리해안.

지질해설사로 나선 화순리 양정녀씨는 "수차례 교육을 받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계속 실전이 더해지다보니 탐방객들이 우리 마을에 대해 이해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경험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지질트레일 해설사로서의 역할 수행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탐방객은 "처음엔 해설을 듣는 것이 어색했지만 궁금했던 점을 알아가거나 마을을 이해하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며 긍정적인 만족감을 표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곳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절경과 마을 사이사이를 오가는 돌담길이 한데 어우러지며 제공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융복합사업단장은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 갈 길이 멀다"며 "마을 주민들이 트레일을 활용해 적극적인 소득창출의 기반이 되는 지역밀착형 관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경험의 세계에 대해 적용되는 말이다. 관심이 더해지면 그만큼 더 알게 되고 삶의 다른 이면을 살펴볼 수 있게 돼 한층 풍요로워진다. 그저 아무런 궁금증 없이 아름다운 경치만 감상하면서 걷던 길에 의미가 더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해설이 곁들여진 탐방은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