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은 제주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 단체 관광객은 무려 50%가량 감소했다. 회의 및 업무목적 여행도 27%가 넘게 줄었다. 이는 저가여행으로 치부되던 수학여행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인 세미나형 단체여행도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을 말한다.

모 관광업체는 올해 7월까지 예약된 단체관광팀 전부 취소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허공으로 사라진 매출은 17억원 가량 된다고 한다. 요즘 매출은 평소의 10분 1 이하로 줄었다. 직원들 급여도 맞추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 업체는 관광객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대규모 식당도 추가했다. 그러나 식당에는 고작 3~5명밖에 없다. 식당 근무 직원은 12명이다.

제주도 내 구축된 단체관광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말했다. “어느나라나 가격별 시장이 있다. 제주도는 기본적으로 패키지 단체관광으로 성장했다. 그러다보니 단체관광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관광업체, 식당업, 숙박업, 여행사, 전세버스 등이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더해 각종 이벤트 관련 사업체도 올 스톱 됐다. 대부분 도민 자본이다. 예정된 각종 축제, 행사 취소로 인해 노점상도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은 없다. 제주도에서 내놓은 것은 중소기업 경영안정지원자금 융자다. 수학여행단 등 단체관광객 감소에 따른 직접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에 이자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대책이 될 수 없다. 어려움을 넘어, 심대한 타격 단계를 지나 도산 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관련업체에 대한 대책으로 미흡하다.

무대책은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원희룡 후보는 “어시장을 문화와 연계한 관광 필수코스로 육성", “동문재래시장을 제주관광 중심지로", “불교를 관광 진흥 틀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노력" , 오일시장은 1000만 관광객이 반드시 다녀가는 관광 필수코스가 되도록 지원할 것" 등을 말하고 있다.

“고품격 융·복합 관광산업 육성”을 말하면서 △공항·항만 인프라 확충 통한 접근성 제고 및 크루즈 관광 활성화 △문화·생태, 힐링과 휴양이 어우러진 관광 산업 육성 △안전 관광 제도 마련과 인프라 구축 △지역과 문화, 사람이 만나는 도심올레길 조성을 공약하고 있다.

신구범 후보는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 및 제주관광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 “제주시 민속오일시장과 공항간 직선도로 개설”, “관광가이드를 공무원”, ”제주공항 24시간 운항체계 구축”을 말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현재를 도외시하고 미래만 말하고 있다. 눈 앞의 선거전략에만 매몰돼 할말을 하지 않고 있다. 선거 유불리만 염두에 두고 지금 당장 죽어가고 있는 업체와 도민을 외면하고 있다. 생존이 보장되야 미래를 꿈꿀 수 있음은 당연하다.

▲ 5월21일 오전 9시 30분 제주공항. 국제선은 붐비고 국내선은 한가했다

원희룡, 신구범 두 후보는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도자는 현실에 발을 딛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당장 도민들이 죽어가고 있고 도산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실을 외면한 채 제시하는 미래는 ‘정치인'의 말장난일 뿐이다. 어느 목사는 말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은 왜 가느냐고” 힐난했다. 그럼에도 제주도지사 후보들은 반박 한마디 하지 않았다.

로드맵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면 생존의 실타래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도산과 생존의 위협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관련업체를 위한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 신구범 후보에 따르면 제주도 내 3차산업 비중은 78.4%로 압도적이다. 이 중 개별관광객 상대 업체나 육지 대기업 계열사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세월호 참사 여파를 고스란히 떠 안고 있다.

호황을 맞고 있는 크루즈관광객 관련 여행사 등 관련업체도 상생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부분 중국인인 크루즈관광객이 제주에서 방문하는 곳은 용두암을 비롯한 무료 관광지이거나 입장료 1000원 내외인 공영관광지가 전부다. 이들이 돈과 시간을 대부분 소비하는 곳은 대기업 계열 면세점이다. 제주도 크루즈관광객의 부가가치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곳이 면세점이다. 극한 어려움에 빠져있는 관련업체들과의 상생 노력을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 단체 크루즈관광객 방문지를 공영관광지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당장 이달 31일부터 입도하는 암웨이 인센티브관광단부터 시도해보면 어떨까.

제주도를 방문하는 내국인관광객 중 단체관광 비율은 14% 정도로 비중이 줄었다. 하지만 엄연히 현존하는 시장이다. 수학여행, 효도관광, 동호회, 인센티브관광 등 단체관광은 시장에서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다음 날인 4월 17일, 트위터에 “결국 이번 일로 우리가 보게될 가시적인 변화란 제주도보다 경주로 수학여행 가는 학교가 많아지는 것 외엔 없으리라고 본다"는 글을 올렸다. 글을 쓴 트위터 이용자는 정부의 졸속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었을 테지만 관광으로 먹고사는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제주도와 원희룡 후보, 신구범 후보는 단체관광 관련업체들의 절박한 위기를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