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1일 광양로터리 1인 시위

스마트폰에 표시된 그날 최고 온도는 25도였다. 에어컨을 가동시키지 않고서는 실내에 있기 힘들었다. 밖은 더 더웠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급한 우편물을 부치기 위해 우체국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기던 와중에 그를 봤다.

그는 광양로타리에 서 있었다. 그를 그 곳에서 본 시각은 오후 3시 20분 경. 오후 1시부터이니 2시간 20분이 지났다. 그 기온에, 그 더위에 2시간 이상을 한 곳에서 서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생계수단은 1톤 트럭으로 폐지를 수집하는 일이다. “나는 타인에게 돌을 던질 자격을 갖춘 인생을 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곧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위선자가 너무 많다" 이지훈 제주시장을 겨냥한 돌직구다. 이 시장에 대한 말이 이어졌다. “훌륭한 사회활동 하는거 보면서 박수도 많이 쳤다” 며 “그 이지훈이 맞느냐"는 말에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느낌이 묻어났다.

그는 의견을 조리있게 말하는데 부족했다. 들어차 있는 분노가 말이 순차적으로 나오는 걸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재야 운동한다면서 명예를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불법특혜를 누리고 또 그걸 바탕으로 행정권력까지 넙죽 먹었다" “재야를 대표해서 된 양반이 청렴한 도덕성이 기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뙤약볕에 서서 물 대신 매연을 들이마셨을 목소리는 탁했다. “혜택은 자기가 다 받고 피해는 하급 공무원에게 돌아간다. 뻔뻔하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강조했다. “남을 비난할 정도의 인생을 살지 못했다"고. 그러면서도 “60이 가까워오는 나이인 제주도민으로서 할 일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솔직히 엄청 떨린다. 내가 무슨 힘이 있고 용기가 있나" 고태성 씨의 말이다.

야근을 위해서 간식거리를 사러가야 했다.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얼핏 보니 그새 수염이 자란 것 같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봤다. 오후 7시 21분이었다.

귀가를 서두르던 오후 10시 30분 경, 그는 보이지 않았다. 오후 1시부터 7시간 이상 광양로터리에 있었던 그 사람을 이지훈 제주시장은 봤을까? 광양로터리와 제주시청은 매우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