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빛 해변 월정리, 2014년 여름에 다시 쓰는 월정리블루스

문화	비취빛 해변 월정리, 2014년 여름에 다시 쓰는 월정리블루스 제주레저신문 \| leisuretimes@leisuretimes.co.kr

승인 2014.08.20 17:48:13


▲ 초록색을 칠한 철재 볼라드가 없던 시절의 월정리해변은 말 그대로 이국적이다

정식 명칭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로 불리는 곳. 바다를 낀 시골마을. 모래가 해변 집들로 날려 5년전까지만 해도 어쩔 수 없이 살아왔던 어르신들 빼고는 되도록 벗어나려 한 마을.

그렇게 척박한 마을이었기 때문인지 그 해변의 아름다움을 동네사람들을 알지 못했던 곳이 바로 월정리였다. 하지만 월정(月汀), 달이 뜨는 물가 마을이란 아름다운 이름에서 보듯 해변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것이다.

월정리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제주에 이주민 열풍이 몰아치던 시점과 비슷하다. 너무 흔하면 가치를 무심결에 지나치듯 현지인 눈에는 빛나지 않은 해변이. 육지에서 온 이주민에게는 보석같이 빛났다 보다.

현재 ‘고래가 될’ 카페 자리에 조그마하게 자리잡은, 다소는 투박했지만 소박했던 카페 ‘아일랜드 조르바’의 세 여자의 눈에 든 월정리해변은 외국 그 어떤 바다보다도 이뻤다. 이어 그 자리에 들어선 ‘고래가 될’ 카페는 해변을 보는 시각을 직사각형 틀 안으로 한정하고 조그마한 의자소품을 더 했다. 이국적이고 히피적 감수성을 지닌 해변풍경은 온라인을 통해 회자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카페 ‘아일랜드 조르바’와 카페 ‘고래가 될’, 같은 자리 두 카페의 작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 본다. 자유, 열정, 대안적 삶을 노래하는 히피적 문화를 모태로 하는 것은 공통점이다. 아일랜드 조르바가 개인 차원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고래가 될은 마을과 연대하고 교감했다.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상생과 공생 경향성을 보였다. 이 점이 두 카페 차이점이다. 그러한 점은 카페 리모델링 과정에서 기존 주택 외관을 살려 바다풍경과 조화를 생각했다는 점과 마을주민들을 카페 안 공간으로 유도해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실험적 시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고래가 될’의 이러한 점은 현재 상업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들어와 경관과 조화보다는 이윤을 극대화하고, 다소는 폭력적인 서울 중심의 현대적 감수성만을 살린 주변 카페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마인드다.

2014년 여름 월정리. 바다는 변함이 없지만 둘러싼 풍경은 급변했다. 지난해 무섭게 내리쬐던 태양 열기를 망각하고 잦은 비와 여름같지 않은 서늘함이 지배한 제주 날씨처럼 말이다. 차량을 막아서기 위해 설치된 볼라드는 해변을 보는 자연스러운 시야를 방해하고 늘어선 차량 행렬은 고즈넉함을 방해한다. 해변 한켠 뒤 마을골목은 게스트하우스, 치킨배달점, 음식점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히피적 감수성과 백팩커가 지배했던 해변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과 뒤섞여 있다.

여행지도 생명주기라고 도입-성장-성숙-쇠퇴의 S자 주기를 갖고 있다. 보통 트렌드 리더적 성격을 갖는 백패커들이 먼저 오고 이들을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온다. 도입기와 성장기 특징이다. 가족이나 단체관광객이 오면 성숙기라 한다. 도입기에서 성숙기로 이전할수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는 대중화된 여행지란 의미다. 성숙기에 접어들때쯤이면 방문객이 많다보니 이를 수용하기 위한 숙박, 음식, 카페 등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게 된다. 조용하던, 나만 알고 있던 곳이란 프리미엄은 사라져 이때쯤되면 처음 왔던 사람들은 그 고유성이 남아 있지 않아 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2014년 여름 월정리. 예전에 잘 보지 못했던 유난히 아이들을 동반한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가치를 처음 인지하고 왔던 이들의 마음 속과는 상당한 괴리를 가진 장소로 변했다. 많이 복잡해지고 상업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경향이 좋고 나쁨은 각각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상업화는 결국 현지인을 외부로 내쫒고 외지인에 의해 지역이 재해석된다. 그렇기에 고유성 보전보다는 다른 해변관광지와 다름없는 곳으로 변할 여지가 상당히 커진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부분이 있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단체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과 어쩜 내년이면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도 들어설 수 있다는 생각이 현실성이 없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시기가 되도록 늦었으면 하는게 개인 생각이지만, 한번 탄 트렌드와 자본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러한 흐름은 예전 월정리 고즈넉한 해변에서 자유와 망상 나래를 맘껏 펼친 추억이 있는 현지인인 나로서는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현재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주민들과 마을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이 해변의 발전과정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 해변을 상징하는 의자의 페인트는 낡아가지만 비취빛 바다는 그대로이다


▲ 월정리를 상징하는 이 구도는 이제 외국인도 찾는 사진포인트가 될 정도이다


▲ 젊은 연인들과 사랑, 자유로운 영혼 노래하는 뮤지션의 정신은 월정리 해변의 정신이다


▲ 때때로 친구와 아무 말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해변


▲ 히피적 감수성으로 채색했던 월정리 ‘고래가 될’ 카페, 아메리카노가 아닌 코리아노라는 메뉴에서 그 대안적 정신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