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공사는 이달 30일, 제주 마을 산책 시리즈로 ‘가을편-표선면(상)’을 소개했다.

이번 편에서는 ‘제주의 원형 그대로를 간직한 유서 깊은 마을 표선면 성읍리’ 테마로 성읍민속마을과 문화재, 전통주와 도예 체험 등을 소개한다.

성읍민속마을은 과거 정의현의 행정 중심지로 옛 제주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일반 민속촌과는 달리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1984년 중요민속자료 188호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마을 형태와 전통 초가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생생하다. 마을 안에는 유·무형 문화재, 천연기념물 등이 많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마을해설사와 동행해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해설 출발 시간은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 3시 30분이다.

성읍민속마을에는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5호 ‘정의항교’가 있다. 조선시대 제주는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으로 행정 구역을 나눴고, 각 읍마다 향교를 설치했다. 정의향교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위패인 전패가 있따. 성읍 마을 가옥들은 국가민속문화재다. 제주의 옛 가옥은 육지의 볏짚으로 만든 초가지붕과 달리 새(띠)와 현무암이 주재료다. 고평오 고택(면사무소 관원 숙식하던 곳), 고창환 고택(여인숙), 한봉일 고택, 대장간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성읍 마을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정의현감이 집무하던 ‘근민헌’이 있다. 주변에는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나란히 존재감을 뿜어낸다. 오랜 세월 동안 성읍 마을을 지켜온 수호목이자 천연기념물 제 161호다. 느티나무는 제주어로 ‘굴무기낭’이라 불린다. 예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보호를 받았다. 팽나무는 제주어로 ‘폭낭’이다.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기운이 약한 곳을 보태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화산섬인 제주도는 쌀이 귀했다. 옛사람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차조를 로 술을 빚었다. 옛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 ‘제주 술익는집’은 제주 무형문화재 11호 명인과 전수자들이 4대째 운영하고 있다. 약주인 ‘오메기 맑은술’과 전통 방식으로 내린 ‘고소리술’을 선보인다. 고소리는 양조주를 증류 소주로 만드는 옹기인 소줏고리를 부르는 제주어다. 전통 누룩과 고두밥을 만들고 섞어 발효시킨 술을 고소리에 한 방울씩 증류하면 증류식 소주인 ‘고소리술’이 된다. 인공감미료 첨가물을 넣지 않아 맛이 부드럽고 숙취가 적은 것이 특징이라고 하지만, 많이 마시면 숙취가 없을 리가 없다.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도자기 공방 ‘성지도예’는 25년간 전통 도자기 체험을 진행하는 ‘나명권 도예가’가 운영하는 곳이다. 반죽에 무늬나 그림을 그리고 컵, 접시, 주전자 등을 만드는 도예 클래스를 진행한다. 화산 송이가 들어간 흙 반죽으로 완성된 작품은 거대한 가마에서 굽는다. 서투르거나 손재주가 없더라도 즐길 수 있다. 자신의 창의력 부족을 절감하는 기회도 된다. 체험비 3만원.

성읍민속마을 내 ‘옛날팥죽’, 메뉴는 새알팥죽, 팥칼국수, 시락국밥, 호박죽, 수정과, 식혜다. 시락국밥은 5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가격이 인기 메뉴 비결일 수도 있다. 새알팥죽은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성읍민속마을 남문에 ‘초가시월’은 옛 돌집을 활용한 카페다. 수제 청 음료와 차, 제주식 디저트를 판다. 대표메뉴는 메밀이 들어간 기름떡 ‘메밀별떡’이다. 제주어로 지름떡이라 불리는 기름떡은 제주도 명절 차례상에도 빠지지 않는다. ‘별미’가 반드시 ‘진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