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의 초대형 크루즈선인 로얄 캐러비언사의 보이저호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23일 제주항에 입항했다.

▲ 보이저호

 제주도는 올해 크루즈 관광객이 지난해의 2배를 상회하는 12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며, 증가는 이른바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로 제주관광을 양에서 질로 변신시키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제주도에서는 해군군악대, 난타 퍼포먼스, 국악 비보이 공연, 자치경찰단 기마퍼레이드를 동원해 보이저호 승객들을 맞았고, 우근민 도지사와 도 의회, 고위 공무원들이 참석하는 공식 환영행사를 열었다.

▲ 보이저호 제주입항

▲ 보이저호 제주입항

 이들이 크루즈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일정은 면세점이다. 제주시내권을 돌아본 관광객들은 제주시 연동에 있는 신라면세점으로, 제주도 남쪽을 관광한 일행들은 롯데 면세점으로 간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관광객인 이들의 여정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23일 제주항에 내린 크루즈 관광객들이 가는 관광지는 한라수목원, 용두암이다.
또 다른 조는 중문관광단지를 경유해 주상절리, 약천사를 방문한다.

 크루즈 관광객이 들른 관광지중 요금을 지불하는 곳은 주상절리 한 곳으로 차량 20여대가 들러 일인당 1천원씩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들이 '제주도'에 떨어트린 '고부가가치'는 이것이 전부다. 식사도 보이저호로 돌아가서 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중국인들은 씀씀이가 크다. 국적별 여행비 사용패턴을 보면, 일본인들은 전체 여행비 중 22%를 쇼핑에 사용하는데 비해, 중국인들은 쇼핑비중이 40%로 월등하다" (송선재, 하나금융그룹, 2011년 8월) 면세점은 함박 웃음이다. 2,300여명의 크루즈 관광객은 제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면세점에서 마무리한다.
보이저호가 입항하는 제주외항에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면세품 인도장이 한창 설치되고 있었다.

 2011년 롯데, 신라면세점 매출은 2010년 비해 50%이상 증가했고, 이중 중국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이들이 선호하는 품목은 명품 시계, 보석, 화장으로 특히 롤렉스 등 고가 시계 매출이 120%나 증가했다고 한다.

▲ 보이저호 제주입항

 오늘 54대가 출동한 전세버스 비용은 대당 22만원, 이 금액에는 유류비, 기사 수입이 모두 포함됐다. 수학여행단 이용시 일일 30만원이 넘는 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크루즈 관광객이 '고부가가치'라는데 동의하지 않았다.

 가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만난 가이드는 "수입 없다. 수입은 모두 크루즈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얼마나 매출을 올리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고 말했다. 0원이 될 수도 있고 수십만원이 될 수도 있는 이들은 면세점과 이심전심으로 매출 올리는데 전력을 다 할수 밖에 없다.

 나이드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던 민속공연, 해군군악대, 민속비보이 공연은 '원주민' 이 하고 있고, 환영에 흡족해진 관광객은 재벌 계열 면세점에서 '고부가가치'를 마음껏 과시한다.

 이쯤되면 제주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고부가가치'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도지사를 비롯한 고위 공무원은 14톤급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이 제주에 입항한것이 '업적'이 될 수 있고, 면세점은 '돈'이 되는건 분명한 그들의 '고부가가치'가 '원주민'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우려스럽다.
단순 드라이브, 산책을 거쳐 면세점 배만 불리는 구성이라면 '고부가가치'라는 자화자찬은 낯뜨겁다.

 올해 보이저호는 제주를 10회 방문한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2만여명이다. 향후 이어지는 크루즈 방문객의 '고부가가치'가 면세점뿐만이 아닌 제주도민에게도 나눠질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정치 도지사, 고위 공무원, 재벌 계열 관광지 '배'만 불리고, 도민들은 소외되는 시대가 '관광객 1천만 시대'라면 제주도민의 냉소는 당연하다.

 한편, 이번 제주에 입항한 보이저호는 오전 7시에 입항해 오후 1시에 떠나며 6시간 머물렀지만, 후쿠오카에는 오전 8시입항, 오후 7시 출발로 11시간, 나카사키에는 오전 8시도착, 오후 5시 출발로 9시간을 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