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3일 경남과의 K리그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원정징크스 탈출에 실패했다. 지난 포항전에서 11경기만에 감격의 승리를 거둔 제주는 여세를 몰아 원정 징크스(8무 5패) 탈출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 제주유나이티드

 하지만 승리 못지 않은 커다란 수확도 있었다. 경남의 막강 화력을 잠재운 제주의 무실점 수비는 이날 경기의 키포인트였다. 지난 포항전에서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히는 황진성을 완벽히 잠재우고 승리했던 제주는 이날 경기에서도 물오른 수비력을 과시했다.

 포항전에 이어 또 다시 송진형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고 마르케스와 서동현의 투톱을 가동하며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을 가동했다. 선수 전원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수비에 가담하며 패스의 줄기를 담당하는 강승조의 발목을 잡았다.

 좌우 풀백인 허재원과 최원권은 무리한 공격 가담 대신 존 디펜스에 주력하며 상대 뒷 공간을 노리는 경남의 날개 김인한과 윤일록의 파괴력을 반감시켰다. 오반석을 대신해 호주 출신 장신 수비수 마다스치와 손발을 맞춘 신예 중앙 수비수 한용수는 빠른 발과 강력한 대인방어로 까이끼의 활동 반경을 좁혔다.

 경남은 13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제주의 탄탄한 수비망에 막혀 골문으로 향한 유효 슈팅은 단 3개에 불과했다. 경기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강승조는 부진한 활약과 함께 후반 15분 고재성과 교체 아웃됐다.
경기 후 적장인 최진한 감독은 "제주의 밀집 수비에 막혀 공격의 세밀함이 모자랐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박경훈 감독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는 "원정 승리를 거뒀다면 좋았겠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경남을 상대로 무실점 수비를 펼쳤다는 것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 동안 불안했던 수비가 점차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것을 느낀다. 향후 순위 경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주의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