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걸 제주경마본부장.

"승부조작 혐의 24명 적발, 11명 구속기소, 21경기 승부조작 결론"

지난 5월 17일 제주경마공원 강당에서 진행된' 제주경마장의 현실을 제목으로 한 프레젠테이션 내용이다.

이상걸 제주경마본부장이 취임한 10개월 여만에 사죄를 해야 했던 굴욕이었다. 지난 4월 제주경마공원에서 벌어진 기수, 조교사 등이 연루된 경마 비리 사건 때문이었다.

이날 열린 '공정경마 시행을 위한 범 경마인 자정 결의대회'엔 이상걸 제주경마본부장과 임직원, 임태윤 제주마주협회장, 김한철 제주조기협회장, 정명일 제주기수협회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경마 주요 관계자가 모두 모인 자리였다.

한국마사회 내부 비리를 잡는 감사실장까지 역임한 그가 정작 자신이 본부장으로 있는 제주경마공원에서 쓰라린 아픔을 맛 본 셈이다.

▲ '공정경마 시행을 위한 범 경마인 자정 결의대회' 장면.

이 본부장은 이날 "어떠한 교육 보다 우리 모두들 각자의 청렴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며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경마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마 시행의 존립기반인 '공정경마' 구현을 통해 도민과 경마팬들에게 신뢰 받는 경마시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뒤늦은 보여주기식 이벤트였다는 지적이 경마팬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한국마사회(회장 장태평)는 이 사건을 계기로 경마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경마비리 신고 포상금을 현행 최대 2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높이고, 지급대상도 내부 신고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 '공정경마 시행을 위한 범 경마인 자정 결의대회' 장면.

올해 국감에서 제주경마공원은 집중포화를 당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우남 민주당 의원(제주시 을)은 지난 15일 열린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골프회원권이 간부 레저용을 남용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제주경마공원은 라온골프클럽과 세인트포골프&리조트 등 2개의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제주경마공원은 라온골프클럽 회원권은 지난 2009년 4월 2억 4000만원으로 구입했고 세인트포골프회원권은 같은 해 6월 2억 5000만원을 주고 샀다.

김 의원은 "제주경마장에선 마주 등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복지후생 차원의 특전을 제공하고, 마사회가 추진 중인 복합레저단지 조성사업의 유사 모델인 골프와 승마를 겸하고 있는 사업장의 벤치마킹을 위해 구입했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올해 골프장 사용기록을 보면 임직원 외에 외부인에게 골프장 회원권의 혜택이 부여된 경우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외업무용으로 사용한 횟수도 총 22건에 불과하고 그 또한 마주 등의 경마유관단체 관계자로 보기에는 어렵다"며 "공항관계자, 국회관계자 등이 대부분이었다"고 질책했다.

▲ 김우남 의원이 지난 15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어 "나머지 174건 임직원들이 사용한 것"이라며 "세부이용기록까지 제출된 자료의 대부분이 마사회 임직원들끼리의 사용이 아니라 비 직원을 동반하는 사적 골프라운딩이었다"고 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골프회원권이 소수의 간부들에 그 이용권이 편중됐다는 것"이라며 "현직 제주경마장장과 목장장만이 각각 25회, 16회나 골프장 회원권을 이용했고, 전직 제주경마본부장을 비롯한 마사회의 퇴직 임직원들이 골프장 회원권을 이용한 횟수도 25회에 이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또 다른 문제는 마사회의 근무일(수요일~일요일)에 사용된 횟수가 85건으로 전체 이용횟수의 43%에 이르고 있다"며 "경마일인 금요일, 토요일 이용횟수도 26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마사회는 휴가를 이용해 골프라운딩을 했다고 하지만 이를 증명할 출장신청서 등을 포함한 근무태도기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그 진실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제주경마공원 관계자는 "제주경마공원은 월요일과 화요일이 휴일이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수요일과 목요일 등에 골프를 친 것은 업무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윤명희(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15일 열린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제주경마공원 결과보고서(지난해 5월27일~ 6월25일까지 실시)를 보면, 석면조사 대상 건물 60개동 중 절반에 가까운 29개 동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석면이 검출된 건물은 신관람대, 본관사무실, 조교사숙소, 기수숙소, 마사 등 이용객들과 직원들이 상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제주경마공원 관계자는 "고객들이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곳에선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걸 제주본부장은 지난 1981년 한국마사회 입사, 경리팀장, 홍보실장, 광주지점 지점장, 감사실 실장 등을 역임 후 2011년 7월 제주경마본부장으로 취임했다.<제주레저신문>

▲ 제주경마공원 경마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