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전경마상담센터(왼쪽), 경주마를 바라보고 있는 80대 할머니(오른쪽)

제주도가 매해 1억 원이 넘는 도민세금을 건전경마 상담센터에 쏟아 붓고 있지만 사실상 간판만 걸어놓고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또 당연히 중독 원인제공자인 제주경마공원이 물어야 할 돈을 제주도가 내고 있어 '거꾸로 된 행정'이란 비판마저 나온다.

제주도와 제주경마본부는 지난 2010년 4월 1일 제주 건전경마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건전경마 상담센터는 경마를 비롯한 기타 습관성 도박과 이에 수반되는 각종 심리적 문제와 장애에 대한 상담 치유하고 사회적 적응을 돕기 위한 재활 지원 서비스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2년 6개월의 '성적표'는 어떨까.

건전경마 상담센터에 따르면 대면상담과 전화상담을 포함한 상담현황은 2010년 155건, 2011년 212건, 2012년 7월 현재 140건이다. 한 달 평균 18여 건에 불과한 실적이다.

더 큰 문제는 애초 설립 취지인 경마중독 상담. 전체 상담건수 중 경마중독 상담 건수는 집계조차 안 됐다.

건전경마 상담센터 관계자는 "경마중독만으로 상담을 오는 경우는 없고 여러 도박 중독 중 경마 중독도 가진 사람들이 간혹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박 유형별 상담 통계자료를 별도 집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독자들을 위한 자활 프로그램조차 시행되고 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건전경마센터 설립 초기에만 해도 제주도는 재활지원 서비스 지원, 한국마사회 지정병원과 연계한 치료와 진료를 병행하겠다고 밝혔었다.

큰소리는 쳤지만 말 그대로 '공언'이 된 셈이다.

반면 홍보물 배포 등 보여주기식 홍보엔 집착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보물 배부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5,960부, 2011년 1만2,440부, 2012년 7월 현재 1만2,880부를 배포했다. 홍보물만 3만1,280부를 뿌린 셈이다.

건전경마센터와 공동상담업무를 수행하는 제주경마공원 유캔센터는 더욱 '비공개'로 일관해 의혹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캔센터 제주경마공원 관계자는 "상담 통계와 같은 정보들은 외부로 알려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상담건수조차 비밀에 부치고 있는 셈이다.

매해 상담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강원랜드 도박중독센터와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건전경마상담센터에 쓰는 비용을 제주도가 도민세금으로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10년 1억원, 2011년 1억1,300만원, 올해 1억 2천만원 등을 썼다. 모두 지방비로 도민세금 3억 3,300만원을 쓴 셈이다.

제주도청 축정과 관계자는 "앞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상담센터 운영부분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타 지역 상담센터 벤치마킹 등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며 "중독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심포지엄과 같은 공식적인 홍보를 병행한다면 상담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주경마공원과는 별도로 상담센터를 시범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비를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80대 할머니, 장애인들도 애써 번 돈을 탕진한 탓에 지난해에만 중계경마를 합해 9,684억원의 매출을 올린 제주경마공원.

도민 일각에선 제주도가 제 역할을 못한 탓에 경마공원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제주레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