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트릭아트 뮤지엄, 테디베어 뮤지엄, 선녀와 나무꾼, 유리의 성 등 연간 관람객 50만명 이상인 박물관.

'박물관 천국' 제주가 '박물관 무덤'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우후죽순처럼 박물관이 늘어난 탓에 수익 악화가 쌓여 생존기로에 선 박물관도 줄을 섰다는 전망이다.

워낙 수가 많은 탓에 장사가 된다는 박물관은 손에 꼽을 정도란 푸념도 나온다. 여기에 '짝퉁 박물관' 논란까지 등장하며 과열경쟁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주지역 등록 박물관은 11일 현재 국·공·사립을 합해 23곳, 미술관 18곳, 전시관 20곳, 식물원 8곳, 수족관 1곳 등 70곳에 이른다. 여기에 미등록 박물관 15곳을 합하면 85곳에 이른다.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이 하루 21곳 이상을 다녀야 모두 볼 수 있을 정도다.

할인쿠폰시장에서도 박물관은 단골손님이다. 요금표에 적힌 대로 제값 주면 '바가지'란 비아냥거림까지 들을 정도다.

지난해 6월엔 이례적으로 박물관 설립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제주도 문화재위원회 박물관분과는 M사에서 제출한 박물관 설립계획에 대해 심의한 끝에 승인 불가 결정을 내렸다.

역사적 인물과 근현대 유명 인사를 밀랍인형으로 만든 박물관과 제주 야생초, 3D 시각미술품, 드라마세트장 제작도면 등을 전시하려던 박물관이었다.

당시 도내 40개 박물관은 '짝퉁 박물관'이라는 공동 진정서를 제출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선녀와 나무꾼, 트릭아트 뮤지엄의 전시내용을 베꼈다는 진정서였다.

박물관 경영상황은 어떨까.

연간 관람객 50만명 이상 되는 곳은 소인국 테마파크, 선녀와 나무꾼, 유리의 성, 테디베어 뮤지엄. 트릭아트 뮤지엄, 한림공원, 제주러브랜드 등 7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달 관람객 100명도 안 되는 박물관이 속출하고, 장기휴업중인 곳은 3곳, 최소한 5∼6곳은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한섭 트릭아트 뮤지엄 관장은 "제주도가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사립박물관 유치를 확대하는 등 양적팽창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며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있는 박물관 등도 재투자를 못해 경영악화가 되풀이 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또 "최근 들어 비슷비슷한 유사 콘텐츠를 들고 나온 소위 '짝퉁 박물관'이 급증하면서 과당경쟁의 피해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짝퉁 박물관은 입장료 덤핑을 포함하는 영업정책을 통해 과도한 음성 수수료 지급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관장은 또 "피해는 고스란히 관광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덤핑 영업을 위해)요금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 전체적인 입장료가 비싸지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신규 박물관에선 입장료의 50% 이상을 여행사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는 "일부 인터넷 여행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송객인원 확보를 위해 박물관 입장료 할인 경쟁에 뛰어들다 보니 관광객 1명당 '100'원을 남기는 초저가 마진도 내걸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관장은 "박물관과 미술관 진흥법을 개정해서라도 공멸의 길에 빠지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제주레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