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관

'단돈 1000원'으로 고품격 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까.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연합'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마을에 자리잡은 현대미술관에선 가능한 일이다.

2007년 문을 연 현대미술관은 외양부터 독특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각목같이 가늘고 길게 잘린 현무암이 건물 외관을 감싸고 있고, 미술관 입구엔 거대한 사람 모양 조형물이 손을 내밀며 방문객을 안내한다.

특별전시실, 기획전시실, 상설전시관으로 나뉜 미술관의 핵심은 김흥수 특별전시실이다. 지난 2006년 원로 화가 김흥수는 '여인좌상', '사랑을 온 세상에' 등 20점의 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김 화백은 여성 누드와 기하학적 도형으로 된 추상화를 대비시켜 그리는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꾸며 예술성을 이끌어낸 독특한 조형주의 화풍을 만든 원로 화가다.

기획전시실엔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주기적으로 전시된다. 지금은 개관 5주년 기념 현대서예전으로 방문객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입장료는 단돈 1000원이다.

▲ 안윤모 작가의 미술 창고(Art Garage)

미술관 뒤쪽 정원엔 아트샵 겸 카페가 이어진다.

안윤모 작가의 그림이 프린트 된 종이컵을 세 개 집어들고 3000원을 지불했다. 지난달 발달장애아들과 함께 작업한 따끈한 작업이라고 했다. 1000원의 행복이 이어지는 셈이다.

아트샵 옆으로 안 작가의 미술 창고(Art Garage)가 있다. 10㎡(3평) 정도인 작은 미술창고였지만 예술향기는 풍성했다. 뒷면, 틈, 사이. 이런 걸 좋아한다면 이 창고의 뒤에서 부엉이 다섯 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찾아내기', '발견하기'는 현대미술관에 숨겨진 재미다.

정원 곳속에 서정국·김미인 작가의 '신종생물'과 뜻하지 않게 마주하게 되고, 안윤모 작가의 부엉이가 키 낮은 곳에서 커다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엔 27개의 건물이 있다. 예술인들이 머물며 창작하는 공간으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화가, 조각가, 서예가들의 작업공간과 주거공간인 집들이 모여있다. 개인 갤러리도 몇 있다. 그들의 개성이 담긴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흔히 볼 수 없는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

문화예술인마을은 예술인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단순한 거주공간 개념을 넘어 문화예술을 생산하고, 소통하는 장의 역할을 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화산 송이로 만들어진 마을 안길을 쉬엄쉬엄 걸으며 그들의 작품세계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어쩌면 운 좋게 예술인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관람객 현혜정(32, 여, 경기도)씨는 "외관부터 멋있고 격이 다른 전시들이 마음과 몸을 풍요롭게 한다"며 "미술관까지 들어오는 긴 나무 길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현대미술관은 아담한 시골 마을 안에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예술의 불모지'라 불리는 제주도지만 이곳은 '문화특별지역'이라고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다.

1999년 처음 계획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2001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특색있는 예술인마을 조성사업으로 추진됐다. <제주레저신문>

▲ 현대미술관 야외전시장     ▲ 관람객이 남긴 방명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