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파급력은 강하다. 인적도 없던 곳을 순식간에 유명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다. <제주레저신문>은 '영상 속 제주' 연재를 시작한다. 영상 속에서 새롭게 조명된 제주의 모습을 하나씩 끄집어내 관광자원으로 새롭게 엮어 내는 작업이다. 제주의 이색 명소를 독자들에게 선사하겠다.[편집자 주]

▲ 배우 소지섭이 출연한 소니알파550 카메라 CF 스틸 이미지. <사진=소니코리아>

제주 동부산업도로 남조로와 5.16도로를 잇는 비자림로에 자리 잡은 삼다수 목장(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을 찾았다.

'삼다수 목장'은 제주의 중산간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는 드넓은 초원지대 중 하나로만 여겼던 곳이다.

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보면 별다르게 특별한 게 없다. 말 그대로 그냥 목장이다. 하지만 나무 하나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소지섭 나무' 덕분이다. 이곳에서 배우 소지섭이 CF를 찍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은 제주도 토박이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삼다수'란 이름 때문에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 소유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개인 소유다.

소지섭이 출연한 CF는 소니(Sony)에서 알파550 카메라를 홍보하기 위해 2009년에 촬영됐다.

소니 알파는 디지털카메라(DSLR)의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주의'라는 모토를 달았다.

소지섭은 알파550 카메라를 들고 고 김영갑 사진작가의 갤러리 '두모악(옛 삼달분교)' 등 제주 곳곳을 누볐다.

30초 분량의 CF 영상에서 이곳 삼다수 목장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CF는 나무 위에 앉아있던 새 무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장면을 연사로 잡아내는 장면으로 끝을 맺으며 '삽시간의 황홀을 담다'라는 카피 문구를 멋들어지게 표현해 낸다.

▲ 삼다수 목장.

소지섭 나무라는 이유 말고 이곳을 방문한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사실 삼다수 목장이 '소지섭 나무'라는 타이틀 보단 아프리카의 '세렝게티'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세렝게티는 탄자니아 서부에서 케냐 남서부에 걸쳐 있는 3만㎢의 초원지대다.

목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곳은 차를 타고 지나가며 슬쩍 훑어 봤을 때의 이미지와는 완연한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아! 정말이네∼"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 아프리카를 가보진 못해서 진짜 '세렝게티'와 비교해 볼 수는 없었지만 "이건 분명 아프리카의 어느 한 곳과도 같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TV프로그램 NGC(National Geographic Channel)에서 봐 왔던 모습 그대로다.

▲ 삼다수 목장.

케냐와는 달리 겨울이라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이색적인 풍경인 것 만큼은 확실했다. 눈 쌓인 '세렝게티'다.

야구장 만한 크기의 초원엔 각기 다른 모양의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3∼4그루 나무가 모여 있는가 하면 왕따가 된 듯 홀로 서 있는 나무도 있다. 나무 전체를 세어 봐도 20그루 정도다. 그 뒤론 오름과 함께 한라산이 보인다.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노루들이 다녔다. 여름엔 소나 말 등이 돌아다닌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물소 등을 떠올리면 얼추 비슷한 모습이다.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면 결코 놓쳐선 안 될 곳이었다. 목장 너머 오름들의 능선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저녁노을 장관과 이른 아침 새벽안개가 자욱이 깔려 있는 것을 찍는 기쁨은 그 사진을 찍어본 사람만이 안다.

이날 낮 2시까지만 하더라도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화창한 날씨였다. 하지만 그 깨끗하던 하늘이 오후 4시가 되자 까맣게 뒤덮이고 말았다. 제주도 날씨는 금세 어떻게 변할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이런 좌절감을 한 두번 맛보는 것은 기본. '다시 도전하리라'를 다짐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 삼다수 목장.

삼다수 목장 주변에는 유명한 관광지들이 많다.

교래사거리 부근엔 바로 '제주미니미니랜드'가 있고 이쪽으로 가다보면 산굼부리 분화구가 있다. 사거리 북쪽으론 에코랜드와 제주돌문화공원, 교래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다. 비자림로를 타고 5.16도로 쪽으로 가다보면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갈 수 있다. 사거리에서 남원 방향으로 내려가면 제주도개발공사(삼다수 공장)가 있으며 그 주변엔 숲길이 조성돼 있다.

또 이곳 주변 식당은 대부분 토종닭 음식점들이다.

소지섭 나무는 삼다수 목장 말고도 한 군데가 더 있다.

서부산업도로를 타고 제주경마공원을 지나 제주드림랜드에 이르렀을 때, 캐슬랙스 골프장과 에버리스 골프장 사이에 있는 누운오름 주변이다. 산업도로만 타다 보면 자칫 지나치기 쉽다. 한림 방향으로 빠져나가 들판에 덩그러니 한 그루 서 있는 나무를 찾아야 한다.

찾기가 좀체 쉽진 않지만 이곳도 놓치면 후회하는 곳이다. <제주레저신문>

▲ 제주시 교래리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삼다수 목장. 일명 '소지섭 나무'라 불리는 나무들이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