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D 4집 정규앨범 커버. 제주 비자림로에서 촬영됐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한때 대한민국 가요계를 평정했던 그룹 G.O.D의 4번째 정규앨범 타이틀 곡 '길'의 노랫말이다.

'삶'에 대한 진정성이 진하게 베어 있는 곡이어서 그런지 몇해가 지난 뒤에 들어도 여전히 좋은 노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특히나 곡에 담긴 노랫말들은 묘한 되돌림으로 머리속에 남아 지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두말할 것 없이 '나만의 명곡' 반열에 들 수밖에 없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게 되면 '날 위한 곡' 혹은 '내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에서다.

이 곡을 프로듀싱했던 박진영은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 수소문했다.

▲ 비자림로.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제주시 '비자림로'다.

비자림로는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도로다.

전국 지자체가 추천한 88곳의 도로 중 당당히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은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그 때문인지 비자림로는 그 이전부터 뮤직비디오 촬영지로서나 CF, 영화 등 촬영장소로 인기가 많은 곳 중 하나다.

이 길은 정부가 목장지대를 개발한다는 목적으로 1967년에 1억2500만원을 들여 만들어졌다.

▲ 비자림로는 5.16도로와 동부산업도로(남조로) 중간(교래리)을 잇는 도로다. 사진은 제주시에서 성판악 방면으로 향하는 5.16도로에서 바라본 비자림로 분기점.

최초 공사는 5.16도로 산천단 남쪽 8㎞ 지점에서 조천읍 교래리까지 6.8㎞의 구간을 축산용 도로로 개발됐다. 이때엔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로가 없어 원시림을 베어내고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관광객들의 이동 편의를 고려한 관광도로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1978년에 5.16도로에서 성읍마을까지의 12.3㎞를 4m 너비로 포장했다.

바로 다음해에 평대에서 5.16도로까지를 동부축산관광도로 개칭하고 지방도로 지정했다. 다시 그 이후 도로는 평대에서 송당, 대천동까지 이어졌고 15㎞에 이르게 됐다.

'비자림로'라는 명칭은 구좌읍 평대리에 위치한 '비자림'이 인접해 있어 1985년에 공식 도로명으로 지정됐다.

▲ 비자림로에 진입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려니숲길 입구를 볼 수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갓길에 차를 주차 시키고 있어 이 지역을 지날 땐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상 비자림을 제외한 비자림로 구간에 심어진 대부분의 나무들은 삼나무다.

특히 5.16도로에서 교래리로 곧장 빠지는 부근에 울창히 서있는 삼나무들은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평대리에서 송당리까지의 구간에선 왕벚나무가 식재돼 있어 봄이면 환상적인 연분홍 꽃잎들의 춤사위를 볼 수 있다.

벚꽃이 흩날릴 때는 최고·최적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하지만 진정한 산림욕과 자연의 힐링을 느껴보고 싶다면 드라이브 보단 직접 걸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혜민 스님의 글처럼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했던가.

차를 타고 달리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태고적 자연을 간직한 산책로가 비자림로 곳곳에 숨겨져 있다.

▲ 5.16도로에서 비자림로가 시작되는 구간 바로 오른편에 조그마한 샛길 입구가 있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5.16도로에서 비자림로로 진입하는 바로 입구 오른쪽에 보면 조그마한 산책로 입구가 있다.

이 산책로는 한 사람이 겨우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좁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겨져 있어 사려니 숲길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그런데 산책로 길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 어디로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사려니 숲길로 이어지는 듯 하지만 꽤 긴 것 같아 끝까지 걸어보지 못했다. 확인해드릴 방법이 없으니 직접 걸어보면 된다. 단, 으슥한 곳이기에 혼자서는 금물.

이외에도 비자림로 주변 곳곳엔 무덤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도로 곳곳에 이동로가 만들어진 곳이 많다.

비자림로엔 확보된 도보 공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걸어다닐 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차량 속도제한이 60㎞이지만 잘 뻗은 도로라 차들이 속도를 내며 달린다.

비자림로에 숨겨진 숲길들을 걷다보면 잠시나마 속세를 잊고 자연과 하나가 됨을 맛볼 수 있다. 어쩌면 GOD가 말하려 했던 '내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비자림로는 목장지대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려니숲길 부근을 지나면 곳곳에 목장이 펼쳐져 있어 조랑말 등 사육동물들을 볼 수 있다.

비자림로가 관통하는 교래리 지역엔 특히나 관광지들이 많이 모여 있다.

사려니숲길을 비롯해 승마나 산악오토바이(ATV)를 탈 수 있는 곳이나 산굼부리 분화구와 제주 미니미니랜드, 에코랜드가 있다.

관광지는 아니지만 배우 소지섭이 소니 알파 카메라 CF를 찍어 유명한 곳인 삼다수 목장이 있다. 남쪽으론 제주도개발공사 곁에 삼다수 숲길도 있다. 비자림로를 통해 교래리를 지나면 성읍민속마을로 이어진다.<제주레저신문>

▲ 비자림로 숲 안에 조성된 숲길. 최소한의 이동경로만 조성하고 자연 그대로가 보존돼 있다.

▲ 비자림로 옆 숲길.

▲ 비자림로 부근엔 숨겨진 숲길들이 많다.

▲ 비자림로 부근엔 무덤이 많이 널려있다. 비자림로 옆 숲길 맞은편에 있던 무덤 안의 나무.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주 기이한 모양의 나무다.

▲ 비자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