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매립지에는 쓰레기더미가 수십군데 쌓여있다

초복인 13일,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바로 옆 매립지에서 본 시민의식은 실종 상태였다. 수많은 시민들이 초복날 가족, 연인, 친구 사이로 매립지를 찾아 경치와 바람을 즐기며, 서로간 정을 나누었지만, 남겨진 쓰레기로 상징되는 부재한 시민의식은 충격이었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오른쪽으로 펼쳐진 이호매립지는 공유수면 87,889㎡가 매립된 곳이다.
시내에서 가깝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 왼쪽으로는 해수욕장을 끼고 있고 북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어 무더운 여름 피서공간으로는 적격이다.

취사가 가능한 점도 이곳의 장점이다. 자신의 차량 바로 근처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은 TV 등 각종 매체에서 광고하는 캠핑족 장면을 그대로 연출할 수 있다. 한라산 관음사야영장 등 공영야영장들이 취사를 금지하면서, 이곳은 더 각광을 받고 있다.

13일 오후 8시 경,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 옆인 매립지 끝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대부분 조리기구를 지참하고 고기를 구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매립지를 둘러싼 도로 안쪽으로는 많은 텐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 곳에서도 각종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고 있었다.

이미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어느 가족이, 먹다남은 음식을 거침없이 바다로 버리고 있는 장면도 보였다.

14일 오전 6시 경, 다시 이곳을 찾았다. 예상대로 매립지는 거대한 쓰레기통이었다. 가족, 연인, 친구 등 제주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즐겨찾는 곳이 아니라 난민촌이 머물다간 자리같았다. 가벼운 무게의 쓰레기는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날라다니고 있어서 더 지저분하게 보였다.

초복인 13일 저녁부터, 다음날 이른 아침까지 유심히 본 사항은 차량 번호판이다. ‘허'자 번호판 차량이 많았다면, 관광객을 비난 했을 것이다.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고 기꺼이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허'자 번호판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아니 ‘전부' 제주도민 차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13일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목격한 그 쓰레기들은 제주도민, 제주시민이 버린 것이다.

적지않은 양의 음식, 술, 돗자리 등을 감안하면, 피서를 위해 이호매립지를 찾은 시민 대부분은 자가용 차량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족, 연인, 친구 간 정을 나눌 음식을 차량으로 가져왔지만, 그에 따른 부산물은 방치해두고 갔다. 남은건 쓰레기였다.

아침운동 중인 주민을 만나봤다. 어제가 초복이어서가 아니고, 매일 이렇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것은, 높은 ‘시민의식'까지 갈것도 없다. 기초적인 에티켓이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권하는 ‘아름다운 행위'보다 더 먼저 지켜져야할 기본이다.

7대경관이니, 유네스코 3관왕이니 하는 것이 공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