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로부터 스타우트, 스트롱에일, 페일에일, 필스너

지난달 24일 제주맥주 ‘제스피' 매장의 이른바 ‘오픈빨'이 길어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오픈빨' 주인공은 공무원들과 관가 주변이다. 길어지는 ‘오픈빨’ 이유가 제스피 매장 개설 호응도를 염려한  ‘윗선'의 우려때문인지, 제주맥주라는 데서 오는 애틋함이 공무원들의 자발적 발길을 만들어 낸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분위기는 결혼식 끝난 피로연장 같습니다" 어느 블로거의 포스팅 내용에 있는 글귀다.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글은 이렇다. “제스피를 맛보러 가실 분은 한 달 후에나 가시길.. 관계자분들로 꽉차서 시끄럽고 덥고... “

개장 후 기자는 두 번 제스피를 찾았다. 느낌은 다른 소비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매장 안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는 사람 같다. 어떤 한 명이 들어오면 돌아다니며 악수하고, 또 어떤 사람이 모습을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인사하고... 어느 블로거 표현처럼 딱 피로연장이나 상가집 분위기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마치 다른 상가집이나 피로연에 잘 못 들어간 기분이다.

또 다른 블로거의 포스팅을 보자.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들어서자 마자 여기저기 일어나 악수를 청하는 것으로 봐서 정치를 하시거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시는 높은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도 가관이다. 아랫사람 부리는 것 같다. 피로연이나 상가집에서 친척 동생이나, 일 도와주러 온 동생 친구를 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주도 산하 공기업이고, 제스피 직원들은 제주개발공사 직원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인위적인 ‘오픈빨'은 이미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상급기관일 수 밖에 없는 공무원쪽으로 먼저 향한다. 주문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맥주와 안주는 그쪽 테이블로 우선 간다. 심지어 그 테이블에는 안주가 늦어 죄송하다며 ‘서비스'가 가지만 일반인 테이블에는 죄송하다는 언급 한 번 없다. 주객전도다.

이들이 대부분 좌석을 차지하면서 애초 목적인 관광객이 앉을 자리는 없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관광객이 제스피 맛 보려고 다음날 또 올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매장 운영도 문제 있다. 손님이 많아서 주문한 맥주와 안주가 늦는 것은 양해한다고 해도, 4가지 맥주의 이름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맥주를 쟁반이 아니라 손으로 집고 갖다주는 경우는 다반사다. 더운 여름날 체온으로 인한 맥주 맛 변화는 아예 인식이 되어있지 않다는 증거다. 제스피가 표방하는 ‘프리미엄'은 보이지 않는다. 

맥주가 떨어져서 판매를 할 수 없다는 설명은 한 두 번이면 족하다. 거의 매일 이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높으신' 공무원 단체가 연신 건배를 외치며 들이켜 버리는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기초적인 수요 파악도 되어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스피의 맛 평가는 긍정적이다. 대부분 불만은 제스피 매장 운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맥주는 한 여름이 성수기다. 올해 지독한 가뭄과 타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는 관광 성수기는 역설적으로  제스피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회를 인위적이고 과도한 ‘오픈빨'로 허비하고 있다. 제스피 출시 목적은 관광객과 도민이다. 진정한 소비자 평가가 제스피를 롱런하게 한다.

더 이상 “제스피가 제주도청 PX냐" 라는 불만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