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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회 제주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고형동 감독(왼쪽), 심사위원특별상 고은진 감독(가운데), 관객상 김현규 감독. |
지난 6일부터 개최됐던 제9회 제주영화제가 9일 오후 7시 폐막식을 거행하면서 마무리됐다.
올해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에는 '9월이 지나면(When September Ends)'을 연출한 고형동 감독이 수상했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유명 펑크락 밴드 그린데이(Green Day)의 'Wake me up when semptember ends(9월이 지나면 깨워주세요)'가 메인 OST(original sound track)로 등장한다. 영화제목도 여기서 따왔고, 영화 속 주인공도 "내 인생의 노래"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심지어 남자주인공이 실제로 기타치며 이 곡을 불러준다. 여자 주인공 앞에서.
이 감수성 진한 곡을 직접 기타를 치며 불러주는데 누가 반하지 않으리. 색깔있게 매력 넘치는 남자주인공의 연기력이 이 영화를 지탱하는 줄기다. 23분26초 작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작품으로 제주영화제에 출품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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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용 감독(본선심사위원)이 제주영화제 본선진출작에 대한 감상평과 선정기준을 밝히고 있다. |
김태용 감독(본선심사위원)은 수상작 발표에 앞서 "제주에 와서 바다보며 놀러가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완성도가 높아 정말 곤혹스런 시간을 보냈다"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은 "어떤 작품이 미션을 훌륭히 수행했는가 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정확하면서 조금 더 응원이 필요한 작품을 골랐다"며 이번 최우수작품상의 선정기준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여기서 상을 받은 작품이 인생의 최고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더욱 정진해 주길 당부하기도 했다.
고형동 감독은 "제주에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상을 받게 돼 너무 감격스럽다"며 "김태용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앞으로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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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회 제주영화제가 진행된 메가박스 제주 극장. |
이번 제9회 제주영화제 본선심사는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수석프로그래머, 시네마테크 섹션으로 초청된 김태용 감독,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본선심사위원장)가 맡았다. 김태용 감독은 영화 가족의 탄생과 만추 등을 연출했으며, 이준동 대표는 이창동 감독의 친동생이다.
우수작품상에는 '그레코로만(Grecoroman)'을 연출한 신현탁 감독이 수상했으나 일정상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팔당사람들(Paldang)'을 연출한 고은진 감독은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레코로만'은 레슬링 경기 종목에서 따온 제목이며, 레슬링 선수로 살아갔던 한 젊은 청년의 비극적이었던 삶을 조명했다. 23분3초.
'팔당사람들'은 경기도 팔당댐 밑 하천부지에서 유기농업 경작을 일구던 젋은 귀농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지난 2010년부터 유기농작지가 정부로 다시 귀속되는 올해 3월까지 촬영됐다. 4년여간의 촬영 속에서 영화는 다큐멘터리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편의 극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심어줬다. 유기농작지를 지키려는 최후 4인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고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8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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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회 제주영화제 개막식 현장. 개막식은 메가박스 제주 1관에서 진행됐고 폐막식은 7층 6관에서 진행됐다. |
이어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보다 실제로 더 감독들이 받고 싶어한다는 관객상에는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네(I'd like to take a trip with your wife)'를 연출한 김현규 감독이 수상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일단 강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대체 어떤 내용일까"
13명으로 구성된 관객심사단은 변호사부터 기자, 대학교수, 일반 시민 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단 한 작품을 고르기란 여간 쉬운 작업이 아니다. "왜 이 영화가 관객상을 받아야 하는가"를 관객심사단 모두가 인정하기 위해서 30편의 모든 본선진출작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투표는 최후 두 작품이 남을 때까지 거르고 난 뒤에 사용됐다. 관객심사단은 "우리 모두가 이 작품을 관객상으로 선정하는데 있어 강력하게 반대할 수 없었으며, 우선 이 영화는 재밌다"고 선정사유를 밝혔다.
김현규 감독은 유명CF 대사를 인용하며 "단언컨대 관객상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받고 싶은 상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본선 30편의 작품 중 김현규 감독의 영화는 두 편이다.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과 '사랑의 묘약'이라는 작품이다. 제주영화제에서 2개 작품이 본선진출작에 동시에 선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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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막식이 있고 난 뒤 뒷풀이 자리. 관객상을 수상한 김현규 감독 주위에 고등학생들이 몰려 있다. 이들 학생들은 이번 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로 참가했으며, 제주도내 영화 연합동아리 소속 학생들이다.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영화계의 산 증인인 감독으로부터 값진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술이 놓여진 자리는 원래 관객심사단들의 자리였다. 학생들의 열정에 자리를 내줬다. |
이번 제9회 제주영화제에선 영화상영 이외의 부대행사도 인기만점이었다. 7, 8, 9일 3일 동안 매일 오전 이색 투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첫째날에는 구도심 골목길 걷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원래 10명 모집이었던 투어인원에는 제주도민, 관광객, 영화감독 등 무려 40여명이 모였다. 영화배우 진구씨도 함께했다. 둘째날에는 왕이에오름을 오르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시간을 가졌다. 이날도 영화감독과 도민, 관광객들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셋째날에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주 무대였던 카페 '서연의 집'에 들렀다. 실제 영화제작에 참여하고 서연의 집 건축을 담당했던 구승회 건축가로부터 알찬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영화제가 끝이 났기에 이제 이 작품들은 일반 극장에서 만날 수 없다. 온라인 상에서도 만나기 힘들다. 독립영화, 특히 단편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이런 영화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올해 이 재미있는 작품들을 놓쳤다면 내년을 기약하자. 분명 내년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더구나 내년은 제10회다. <제주레저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