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남단 방어축제.

제주가 고향이라 해마다 육지 지인들에게 귤을 보내는 것이 연례행사다.

그런데 몇해전부터 기류가 바꼈다. 방어를 보냈다. 최남난 마라도 부근 모슬포항에서 갓 잡힌 방어를 보내니 이젠 그 맛을 알게 됐는지 귤 보다 더 환영이다. 귤은 판로가 워낙 다양해 이곳저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방어는 그렇지 않은 탓도 있다.

11월, 이 때가 딱 제철인 지금 먹는 방어는 다금바리와도 비교하기 싫다. 방어머리는 소금을 쳐서 오븐에 구워 먹으면 진짜 맛있다. 무 넣고 맑게 끓인 지리 또한 시원하기 그지없다. 오랫동안 끓이면 소고기 사골보다 더욱 뽀얀 국물이 우러나온다. 겨울 추위가 성큼 다가오는 이즈음 방어회로 입맛을 다시지 않는다면 서운할 정도다. 그만큼 제철을 만난 방어는 맛있다.

방어는 마라도를 중심으로 서귀포시 모슬포항의 지역 특산물로 자리잡았다. 주로 멸치나 자리돔을 먹이로 겨울을 보내는데, 가을이 되면 러시아의 캄차카반도에서 남으로 내려와 마라도 지역에서 마지막 월동을 보낸다.

▲ 방어 무료 시식.

10월말 즈음부터 떼로 몰려 들기 시작하는 방어로 인해 마라도 해역 언저리엔 방어잡이 어선으로 가득하다. 이즈음을 기념해 서귀포시 모슬포항에선 제주의 대표적인 해양문화축제로 유명한 '최남단 방어축제'가 개최된다.

올해 방어축제는 11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 동안 열리며, 13회째를 맞는다. 매년 평균 15만∼2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정도로 그 인기가 매우 뜨겁다. 축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먹을거리'가 주된 테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너나없이 몰려드는 이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때 먹는 두툼한 방어회는 그 쫄깃한 육감이 기가막히다 할 정도다.

방어는 클수록 맛있다. 보통의 방어는 2.5∼4㎏ 미만대의 크기며, 대방어는 4㎏ 이상을 가리킨다. 지난해엔 방어가 풍년을 맞아 가격이 대체로 낮게 형성되면서 비교적 싼 가격에 대방어를 맛볼 수 있었으나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방어축제를 준비하는 관계자들 또한 이 점이 걱정이다. 방어가 지난해처럼 많이 잡히지 않으면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 모슬포수협에서 경매로 팔리는 대방어의 가격은 4만원대. 지난해보다 무려 80%나 오른 시세다. 중방어는 1만8000원대로 훨씬 싸지만 이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곱절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형성됐다.

▲ 맨손으로 방어잡기.

하지만 그다지 크게 걱정할 건 없다. 축제 현장에서 방어를 싸게 먹고 싶다면 직접 잡으면 된다. 방어축제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맨손으로 방어잡기'에 참여해보라. 직접 잡은 방어를 가져가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지만 무엇보다 아주 즐거운 체험이다.

지난해까지 어린이들은 자신의 체구와 견줄만한 방어를 보며 옆에서 구경만 했었는데, 올해엔 어린이들도 이러한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방어잡기가 아닌 '자리돔 잡기'다. 방어가 제법 크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잡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마련한 행사다.

이밖에도 초대가수들의 축하무대, 제주도와 소방본부에서 운영하는 소방안전체험장, 부모와 함께하는 미로공원, 투호던지기, 어린이 사생대회, 방어경주 레이싱카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됐다. 방어경주 레이싱카는 무선자동차를 이용해 트랙을 돌며 방어 모양의 장애물을 피하며 대결하는 경기다.

▲ 방어회.

방어축제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은 "축제기간 동안 이곳, 대정을 알리기 위해 추사유배지와 전쟁문화지 등의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며 "축제현장을 찾아 온 도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보다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방어축제 참가차 모슬포에 들렀다면 빼놓지 말고 가봐야 할 관광지들이 대정읍 지역에 널려있다. 세계의 그 어느 곳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용머리 해안'을 둘러봐야 하고, 송악산 정상에 오르면 바로 눈 앞에 마라도와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 바다 위에 더 있다. 고개를 돌리면 산방산 뒤에 한라산이 병풍처럼 길게 드리워져 있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정별 세부행사 시간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제13회 최남단 방어축제'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살펴볼 수 있다. 방어회 무료 시식코너는 축제기간 동안 매일 오후 2시와 4시에 운영되며, 축제는 7일 오후 2시부터 개막한다. 방어맨손잡기는 7일엔 오후 1시부터 진행되고, 그 이후엔 오전 10시부터 상시 운영된다. 

▲ 겨울철 잡히는 대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