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재난구호 종합훈련. 뒷줄 좌측 두번째가 양진수씨. 사진제공 제주산악안전대

지난 15일 ‘불금'을 마다하고 집에서 쉬고 있던 양진수씨는 오후 7시 03분 “구조출동 바람. 삼형제오름 일대조난자 발생. 1100고지 휴계소 집결바람"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양 씨는 암벽장비를 비롯해 헤드랜턴, 비상식량, 구조용 키트 등 모든 장비를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조난자는 제주시에 거주하는 정모씨(여성, 42세)와 7세 아들이었다. 이들은 삼형제오름 중 샛오름을 오르고 검벵디(숭굴팟)에 갔다가 1100고지 방향으로 진행하다 길을 잃었다.

오후 8시 30분 경, 집결 장소인 1100고지에 도착한 제주산악안전대원들은 상황설명을 듣고 지체없이 수색에 나섰다. 대원 5명은 큰오름과 샛오름 갈림길에서 숭굴팟으로 향하고, 다른 대원 2명은 삼형제 오름 중 샛오름과 족은오름 사잇길 수색을 시작했다.

오후 10시, 2명의 대원이 추가로 합류했다. 이후 10여분 후 조난자 흔적을 발견했고 30여분 후 가시 덤불 안에서 이들을 구출했다. 수색 중인 대원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조난자를 1100고지 휴계소까지 후송해 상황을 종료한 시간은 자정. 꼬박 5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 정도는 양호한 케이스에 속한다.

이달 23일 오후 7시 25분, 또 출동문자가 들어왔다. 남원읍에 있는 태풍센터앞 집결이다. 사려니숲길을 관광하던 관광객이 조난됐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사려니숲길 탐방에 나섰다가 길을 잃어 조난당했다.

경찰에는 오후 4시 20분경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산악안전대로 협조요청이 들어온 것은 7시 25분이다. 경찰 기동타격대 등 45여명이 동원됐지만, 대부분 그렇듯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은 산악안전대다. 조난된 김모(43)씨를 구조한 것은 다음날 새벽 3시 10분 경이다. 물론 제주산악안전대원들의 악전고투 결과다.

제주산악안전대는 1961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됐다. 현재 오경아씨가 대장을 맡고 있으며 대원수는 총 26명이다. 모두 제주도내 각 산악회에 소속돼 있다. 대원들은 경찰, 소방대의 협조가 들어오면 즉각 집결한다. 초등 수색은 경찰이나 소방대에서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안전대가 나선다. 사실상 제주도내 산, 오름에서 조난자를 구하는 최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동절기에는 순번제로 한라산 삼각봉휴계소에서 근무하며 등산객 보호와 조난자 구출을 맡는다. 또한 육지부 산악인들의 한라산 동계훈련도 지원한다.

고사리를 꺾는 인파들이 온 들판과 오름을 덮는 5월과 동절기 출동이 가장 많다. 일주일 중에는 금~일요일에 가장 빈번하다. 각자 생업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주말에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이들이 있기에 제주도는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