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제주경실련)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특혜 예산지원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도 지정 문화재 불상 보호누각 건립사업'이 무자격 업자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경실련에 따르면 현재 건설중인 애월읍 선운정사 보호누각은 문화재 수리업체가 아닌 일반 설계업체와 건설업체가 건축설계를 비롯해 시공까지 시행했다. 일부는 무자격자에게 건축 하도급을 맡기기도 했다.

▲ S사찰 목조보살좌상 보호누각.

제주경실련은 "이는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근민 도정은 이에 대한 지도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채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경실련은 이 문제로 문화재청에 질의를 넣자 "지정문화재를 포함해 이를 둘러싸고 있는 구역 내 지정문화재 보존 및 활용에 필요한 시설물이나 조경까지도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의 적용을 받으며, 제5조의 규정에 따라 문화재 수리 설계 및 시공을 위해 문화재 수리업체에게 맡기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불상 보호누각 건립사업은 '문화재수리' 범위에 포함되므로 설계 및 시공, 감리까지 문화재수리 등록 업체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애월읍 선운정사 석조불상 보호누각 건립공사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업비 11억4천만원(보조금 5억원)을 투입해 115.20㎡(34.85평) 규모로 짓고 있다. 제주경실련은 제주시가 사업이 완공되기 전인 지난해 10월에 2억9천만원을 집행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57일전에 S사찰 행사를 찾은 우근민 지사(오른쪽 두번째).

제주경실련이 밝힌 성명서에 따르면 선운정사는 Y종합건축사무소에 건축설계를 맡기고 D건설업체와 건축공사 계약을 맺었다. 두 업체 가운데 Y사무소가 문화재수리업 등록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경실련은 "문화재수리업에 등록된 D건설은 문화재수리 무자격자인 J씨에게 하도급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현재 공사대금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제주경실련은 선운정사 외에 월평동 소재 삼광사 목조불상 보호누각 건립사업 역시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화재수리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업체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에 완료된 삼광사 보호누각사업은 사업비 8억3천만원(보조금 4억3천만원)이 투자돼 539.90㎡(163.48평)에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올해엔 보조금 2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단청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발주처인 삼광사는 보호누각 건립사업을 위해 N건축사사무소에 건축설계를 맡기는 한편 H종합건설과는 건축공사 계약을 맺었다. 제주경실련은 이들 업체 역시 문화재수리업 등록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 삼광사 보호누각 건립사업 통장 거래내역 사본. 삼광사 제출.

제주경실련에서 확보한 보호누각 건립에 따른 보조금 정산내역 증빙자료엔 선급금 3억원과 준공금 5억원만이 거래된 기록이 있으며, 제주경실련은 예산 사용의 세부내역이 없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제주경실련은 "불상 보호누각 건립사업 설계도면을 보면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법당을 짓는 형태에 그치고 있을 뿐"이라며 "불상은 작은데 비해 보호누각의 규모나 위치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기능적 측면, 관람객의 동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어졌다"고 말했다.

제주경실련은 "이를 보면 우 도정에서 허가한 불상 보호누각 건립사업은 기본계획부터 현황조사, 타당성 검토까지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봐주기 특혜로 지원된 사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설계나 건축 내용이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을 무시한 채 사찰을 짓는 용도로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은 "우근민 도정은 종합적인 지도·감독 없이 발주처 마음대로 짓고 있는 보호누각 건립사업에 대한 목적과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해명을 촉구했다.

또한 경실련은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이번 불상 보호누각 건립사업에 대해서도 사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사찰을 짓는데 막대한 보조금이 지원된 경위와 관계 당사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