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덕알물 용천수(제주시 삼양동). 제주도내에서 확인된 용천수는 911개소에 이른다.

지난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 20돌이다.

UN은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1993년도부터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선포해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정부차원의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고, 제주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도 물의 날의 뜻을 헤아리는 행사를 열고 있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책에는 전 세계 인구중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조차 없다”고 한다.  또한 WHO(세계보건기구) 조사로는  깨끗한 물을 이용할수 없는 인구가 최소한 11억명에 달한다.

과거 제주의 물 사정도 넉넉지 않았다. 화산섬인 제주도는 다공질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어 비가 많이 와도 지하로 바로 스며든다. 제주의 상징중 하나인 물허벅은 제주의 지난한 물 사정을 웅변한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상수도 보급률은 100%이며 수질 또한 ‘삼다수급’이라는 평가다. 최근 제주도수자원본부에서 조사한 제주 전 지역 상수도 수질 검사를 보면 맛, 냄새항목을 비롯해 대장균, 불소, 암모니아성질소 등 모든 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았다. 취수원 대부분이  지하수임을 감안하면 수돗물 수질이 ‘삼다수급’이라는 평가는 타당해 보인다.

또한 제주도에는 ‘삼다수’가 있다. 제주도 100% 출자기업인 제주개발공사에서 생산하는 삼다수는 지난 1998년 출시 이후 단숨에 국내 생수시장 최강자로 등극해 절반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 <사진제공=LPGA>제주도개발공사가 후원하는 박인비가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394억원을 달성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만들어내는 등 가파른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주마가편’ 전략으로 지난해 프리미엄 브랜드 ‘한라수’를 출시했다. 제주 물의 올바른 평가를 받겠다는 계획으로, 크루즈선에 납품 협의를 하는 등 비교적 순항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라수 홍보 히트작중 하나는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와의 계약. 박 선수는 개발공사와의 계약 후 처음 출천한 LPGA 혼다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개발공사는 연간 1억원 비용으로 전 세계 135개국 LPGA 시청자들에게 한라수와 삼다수를 각인시키는 대박을 터트렸다.

출향민들은 말한다. 삼다수를 만나면 갈칫국, 멜국 등 향토음식을 접할 때처럼 고향 생각에 울컥 해진다고. 고향 제주를 떠오르게 하는 상징물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더불어 고향의 물로 만든 제품이 압도적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긍심도 커질 것이다. 삼다수는 제주를 떠나서 사는 제주인들에게 ‘소울푸드’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와는 달라졌다. 지하수 개발로 인해 물이 풍족해졌다. 제주도민들은 수돗물, 생수 모두 최고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갈등은 커지고 있다. 보존과 개발 양 극단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제주도는 더 개발할 여지가 있다고 하고, 시민단체는 보전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심은 확장을 계속하고 있고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증가하는 관광객도 감안해야 한다. 합리적 절충이 필요하다. 아울러 제주의 유일한 ‘유명’브랜드인 삼다수의 성장도 도외시 할 수 없다. 지난 15년간 발전을 거듭해온 삼다수는 이제 해외로 뻗어나갈 시점이 됐다. 해외에서도 ‘제주’를 보고싶다는 욕심은 무리하지 않다.

제주의 물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해, 세계인이 선호하는 물로 자리매김하는 건 제주도민 대다수가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전에 섬의 특수성을 감안한 체계적인 지하수 관리가 우선되어야 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물의 날’ 의미는 물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에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을 것이다.<제주레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