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올해 10월 1일 '여유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그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눈에 띌 정도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국내외 여행사들은 저가관광상품을 팔 수 없게 됐으며,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에게 쇼핑 강요 행위를 일체 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FIT(Free Individual Tour, 개별자유여행)가 늘기 시작했다. 중국 여유법이 관광시장 형태를 바꿔버린 셈이다. 단체관광객이 줄고 있으니 관광객 수는 자연스레 감소할 것이다. 한 해 1000만명 돌파를 목표로 그동안 관광객 수 늘이기에만 급급했다면 이제 제주관광은 질적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이러한 관광시장 형태의 변화에 발맞춰 지속적인 성장폭을 그리기 위해선 먼저 '중국 여유법'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관광지. 눈에 띌 정도로 단체관광객이 줄었다.

중국 여유법은 총 10장 112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여행사와 가이드가 가져야 할 권리와 의무, 그에 따른 책임 관련 규정과 처벌이다.

여유법에선 여행사에게 초저가 관광상품을 기획하거나 쇼핑 및 옵션 강요금지 규정(제35조)을 두고, 이를 어겼을 시 5천위안(약 90만원)에서 30만위안(54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할 것을 명시했다. 이와 함께 영업정지 혹은 개선을 명하거나 영업허가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여행사는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할 수 없으며, 기획여행의 일정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가이드 및 인솔자 역시 서비스 요금을 요구할 수 없으며, 여행일정을 변경할 수 없다. 위반시 1천위안(18만원)에서 2만위안(36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고, 자격증이 일시 압수되거나 취소된다. 정도에 따라 벌금규모의 편차가 크지만 최고 벌금액이 상당하다. 만일 여행사와 가이드의 위법소득이 벌금을 상회할 시엔 위법소득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더구나 중국에서 여행 가이드가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행가이드 자격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가자격증인 '관광통역안내사'를 소지해야 할 것을 법으로 지정했다. 외국어, 필기시험, 면접에 합격하면 된다.

▲ 상하이 동방명주 타워 앞. 평소에도 가득 붐빈다는 이곳은 여유법 시행 이전에 비해 많이 한산해졌다.

이로 인해 중국 국내 단체관광요금도 평균 30∼40%가 상승했다. 자연스레 FIT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이 국내 관광시 보편적으로 선택했던 단체관광은 크게 줄었고, 자가용을 이용한 개별여행이 늘면서 전체 관광객수의 70∼80%를 차지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후난성의 유명 관광지인 웨양러우에선 하루 5천대의 자가용이 몰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여유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현지 접객 여행사와 쇼핑몰이 됐으며, 여행사들은 적발시 많은 벌금이 부과되는 추가비용 코스와 쇼핑 일정을 취소하는 상태다.

국내 인바운드 업계에선 아직까진 큰 반응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FIT를 위한 여행만족도를 올리는 상품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여행사들도 마찬가지로 수익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코스로 이뤄진 영세여행사들은 점차 사라지고 대형여행사들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 때문에 중국사회과학원 관광연구센터 류쓰민 연구원은 "여유법이 엄격하게 지속적으로 시행되면 관광산업의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하며 "쇼핑이나 추가 비용, 팁에 의존하던 영세 여행사들은 필연적으로 퇴출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 여유법이 강력히 시행될수록 중국인 방한 관광시장은 축소될 것이 자명히다.

▲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아직까진 중국인들로 공항이 붐비고 있지만 단체 관광객 카운터는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제주로 입도하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증가세 역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제주도관광협회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한 달 동안 입도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7%나 증가했다. 반면 10월 1일 여유법이 시행·적용되면서 올해 10월 한 달간 입도한 중국인 관광객은 14만198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 기록된 12만5867명에 비해 12.8%에 그치는 증가율을 보였다. 올 한 해 동안 무서운 증가세를 보여왔던 중국인 관광객이 갑자기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여유법은 갑작스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2009년 12월에 중국국가여유국에서 여유법의 초안을 작성하며 3년이 넘는 기간동안 의견수렴을 거치며 가다듬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에 한·중 관광장관회의에서 저가상품과 쇼핑 강요 등에 대한 행정제재를 상호 요구 가능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인구 10억명이 훌쩍 넘는 중국인의 해외관광이 싹트기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일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외에 난립하기 시작한 여행사들의 과다경쟁은 서로 살아남기 위해 덤핑관광(여행사의 제로 또는 마이너스 여행비용)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남용했고, 이는 곧 관광업계의 질적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 10월 1일 여유법이 시행된 이후의 신제주 바오젠 거리. 확연히 줄어든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인해 거리가 예전같지 않다.

중국 여유법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보다 중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여행사들간 악성경쟁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도태되고, 대다수 여행사들은 보다 더 새로운 상품과 고객군을 개발하게 되고 단기적 수익 보단 고객관리에 중점을 두는 운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은 관광객 수가 줄어들겠지만 질이 떨어진 여행상품이 줄어들게 되면 방한 수요위축이던 불안요인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덤핑관광 근절이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여유법으로 인해 여행사 영업활동에 큰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여유법이 강력히 시행될 수록 중국인 방한관광시장이 축소되며, 중국 여행사의 편법 경영에 따른 한국 랜드사의 부담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그럴수록 대형여행사들만 살아남게 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에선 시장 위축으로 인해 홍콩, 동남아, 대만, 한국, 일본 순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중국정부가 자국의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유법을 해외여행 간접규제책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렇게 되면 한국을 포함한 낮은 가격대의 해외시장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 상하이 국제공항.